정년퇴임의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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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임의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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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제주특별자치도 강성진

강성진 씨.<헤드라인제주>
경인년 한 해가 저무는 세밑이다. 삶은 덧없는 것 같지만 매순간 없어지지 않는 아름다움이며 따뜻함이 어둠 속에서 빛나 보인다.

필자는 약관의 나이에 지방공무원에 입문하여 읍. 면. 시. 군을 두루 거쳐 제주도청에서 직을 마감하기 까지 37년간을 공직에 몸담아 12월을 마지막으로 정년을 맞고 있다.

한평생 외길로 달려온 지난날들이 오버랩 돼 파노라마처럼 스쳐가는 뒤안길엔 늘 아쉬움 뿐 이다.

만 60세의 정년을 목전에 두고 2년 간을 소위 “고위공직자 연령 대기제” 형식의 유관기관 파견근무와 공로연수로 말미암아 멋진 말년을 기대했던 본인에겐 실로 유감(遺憾)스런 일이었다.

2006년도 4개시군폐지 후 인사적체 해소를 위한 구실로 파견제를 편법적으로 악용해온 점은 비판받아 마땅한 사실이나,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빼앗긴 당사자에겐 굴욕적인 위화감과 좌절감으로 점철 되어 남겨진 셈이다.

이는 정년까지 근무를 전제로 하는 직업공무원제를 철저히 유린한 사례이다. 누구도 정년을 비껴갈 수 없다. 그렇다면 진정 명예로운 퇴진을 보장해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차제에 명예 퇴직제를 대폭 손질하여 실질적인 금전적 보상이나 특별승진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자발적인 희망퇴직을 유도하는 것이 경직된 인사 관행을 탄력적으로 개선하고 궁극적으로 공직사기를 진작시키는 기반으로 작용할 것이라 믿는다.

최근 정부․지자체 할 것 없이 각종 포상이 남발되어 빛이 바래지고 있다.

훈장은 더없이 명예스러운 것으로 존중되어야함이 당연하다.

나라와 사회에 기여한 공로를 공동체가 공식적으로 인정해 주는 상징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정년퇴직자인 본인에게 병 주고 약주는 식의 의례적인 근정훈장 수여에 대해서 본인은 정중히 사양하는 바이다. 그것이 상의품격과 권위에 흠이 가지 않는 배려가 되기 때문이다.

군복무 시절 전방부대 정문에 걸렸던 “功은 부하에게 名譽는 상관에게”라는 구호가 불현듯 생각난다.

정년(停年)은 가장 빛나는 매듭을 맺는 시기다.

언제부터 정년퇴직이 선망의 대상이아니라 부끄러워해야 하는 대상으로 전락했는지 인사제도를 운영하는 자의 몫으로 남겨두려 한다.

후배 공직자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

일 때문에 가정을 소홀히 하지 말고 자기계발을 통한 개인적 삶과 공적인 업무를 스마트하게 관리하면서 조화로운 밸런스를 유지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사발탁이 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하나는 시대가 요구하는 경쟁력과 자신의 장점이 맞아 떨어져야 한다는 것, 그리고 자기의 장점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많은 유혹에 부딪히게 된다.

공무원의 권위와 힘은 깨끗하고 정직한 모습에서 나온다. 깨끗한 사회는 국가 경쟁력이다. 진정한 선진국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청렴한 사회를 조성해야 한다.

조직의 크기에 상관없이 리더의 잘못을 용감히 직언하는 것이야말로 참모의 진정한 임무임을 명심하자.
끝으로 많은 예산을 움직이고 오직 국민을 생각하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로 도전하기를 당부 드린다.

이제 공직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무대에서 조용히 퇴장할 시간이다. 갈채를 보내는 관객의 박수소리는 없어도 유․무형의 보람으로 느꼈던 행복감과 자부심은 영원히 새로운 길을 인도할 것이므로......

그동안 부족한 저를 아껴주고 성원해 주신 분들과 힘들 때 항상 버팀목이 되었던 내 가족에게 사모의정을 담아 고별인사를 대신하고자 한다.

<강성진/ 제주특별자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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