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가게' 문닫았네?, '편의점'이 새로 생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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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가게' 문닫았네?, '편의점'이 새로 생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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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골목상권 '구멍가게'가 문을 닫는 이유는?
"우리도 먹고 살아야지"...어쩔 수 없는 '편의점' 선택

최근 길거리를 걷다보면 어디에서나 편의점을 찾아볼 수 있다. 사람들이 많이다니는 길목은 물론이고 제주시내 곳곳을 편의점이 점령하고 있으며, 심한 곳은 편의점 맞은편에 다른 편의점이 있는 곳도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제주지역에 '보광 훼미리마트'와 'GS25'편의점 외에도 세븐일레븐 편의점에 추가되면서 편의점의 증가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제주지역에 편의점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늘어나고 있다. 오른쪽의 편의점에서 2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사진 왼쪽 하단 하얀색 건물)에 다른 편의점이 들어서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도내 곳곳에서 편의점을 찾아보기 쉬워졌다. <헤드라인제주>
각사별 편의점 수를 살펴보면 11월까지 보광 훼미리마트가 171개로 가장 많았고 GS25도 106개 매장이 제주에 진출했다. 지난 7월부터 제주에 들어오기 시작한 세븐일레븐은 11월까지 약 5개월만에 50개의 점포를 제주에 유치했다.

이렇듯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편의점에 의해 작은 구멍가게나 분식점, 제과점 등은 매출에 큰 타격을 입고 있으며, 영업을 포기하고 가게문을 닫는 곳도 허다하다.

#. "편의점 하나도 힘든데 또 하나가...어떻게 해야할지..."

20일 오후 취재진이 방문한 제주시내 모 고등학교 인근지역. 예전같으면 하교하는 학생들을 유혹하기 위해 떡볶이와 튀김 등 다양한 음식들을 판매하는 분식점을 쉽게 볼 수 있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문을 닫고 한 곳만 영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 곳에서 약 10년째 분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 주변 분식점과 소형제과점들이 모두 문을 닫은 상황에서도 계속 가계를 운영하고 있지만 최근 매상이 너무 떨어지면서 내년에는 가게를 접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영업을 포기한 제주시내 모 고등학교 인근 분식점. <헤드라인제주>
빵집 역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운영을 하고 있었지만 최근 영업을 포기했다. <헤드라인제주>
"올해는 경기가 않좋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너무하는 것 같아요. 음식재료를 납품하는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다른 곳의 분식점 역시 마찬가지라고는 하지만 지금처럼 매상이 안나온다면 가게를 접어야 할 것 같아요. 지금도 주업이 아니라 부업의 성격이 강해 버티고 있는 거지만 내년에도 이렇게 매출이 안나온다면 고생하면서 가게를 하는 의미가 없어요."

특히 그는 주변의 편의점들이 매상을 떨어뜨리는데 한 몫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의 분식점 인근에 위치한 편의점은 2개. 두 곳 모두 A씨의 분식점에서 5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으며, 위치 역시 A씨의 가게보다 학교에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그는 "편의점이 생기기 전에는 학생들이 저녁시간에 배가 고프면 분식점에서 간식을 해결했는데 편의점이 생기니까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곳에서 사먹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주변 분식점들도 문을 닫았는데 그 편의점 바로 앞에 또 다른 편의점이 생겼으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간간히 가게를 찾아주는 학생들 덕분에 운영을 하고 있는 학교 인근의 분식점. <헤드라인제주>
특히 이런 영세업자들은 편의점이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편의점들이 늘어난다면 결국 지역의 돈이 외부로 유출되고 결국 점점 지역경제가 나빠질 것이라며 편의점들이 증가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 "구멍가게론 전망없다...우리도 살아야지"

이렇든 많은 영세업자들이 편의점의 증가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편의점을 운영하는 업주들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하고 있다.

제주시내 모 고등학교 앞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 씨(53, 여). 그는 이곳에서 약 17년동안 슈퍼마켓 겸 문구점을 운영해 왔지만 몇년 전에 생긴 편의점에 의해 매출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어쩔 수 없이 업종을 편의점으로 변경했다.

그는 "구멍가게들이 편의점과 경쟁해서는 이길 수 없다. 가게에 들여놓는 물건도 종류가 다양한데다가 없는 물건이 없으니 손님들이 몰리지 않을 수 없다"면서 "특히 최근에는 카드나 T머니(교통카드)로도 물건을 구입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현금만으로 거래하는 구멍가게에 손님들이 올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개장한 편의점 내부. 깨끗한 매장에는 없는 물건이 없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물건들이 비치돼 있다. <헤드라인제주>
이렇다보니 그도 17년간 운영해 온 슈퍼마켓 겸 문구점의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새로운 가게를 열어야했지만 자금의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는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았다.

결국 그는 계약을 하게되면 지원이 나오는 편의점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가게를 접은 후 다른 가게를 차리려고 하니까 이 장소에서는 마땅히 할만한 것이 없고 큰 매점을 운영하려고 해도 자본이 없어서 불가능했어요. 그래서 선택한게 결국 편의점으로 편의점의 경우 5년짜리 계약을 하니까 가게 인테리어와 물건구입에 보증금이 나오니까 큰 자본없이 창업이 가능하더라구요."

편의점 문을 열고 남는 공간에는 문구점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김씨. 편의점을 하기 전에 비해 매상은 많이 올랐지만 예전에 비해 일이 너무 힘들다고 한다.

김씨는 "예전에는 혼자서도 얼마든지 여유있게 가게운영이 가능했는데 편의점의 경우 24시간 운영해야하고 생각보다 할 것이 많았다"면서 "결국 나 혼자서는 하기 힘드니까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야하고 생각해야 할 것도 너무 많아져서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김씨는 영세업자들이 우려하고 있는 도외 자금유출에 대해서는 공감은 가지만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그는 "편의점에 의해 제주도내 자금들이 다른지역으로 빠져나가는 것도 맞고 그로 인한 자금부족으로 인해 지역경기가 않좋아지는 것도 이해하겠지만 어쩔 수 없지 않느냐"면서 "내 목구멍에 거미줄을 치게 생겼는데 어떻게 하겠느냐"고 호소했다.

최근 간단하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편의점이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의 편의성이 증대하고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등 생활이 편리해지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는 오늘도 많은 영세업자들이 힘겨운 삶의 투쟁을 벌이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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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덕배 어린이 2010-12-21 10:54:33 | 112.***.***.96
사대부고 근처군요? 저기 분식점 자주 애용했는데...저 집은 고추튀김이 끝내주게 맛있었는데, 도내 인구 60만도 채 되지 않는 지역에 무슨 편의점이 이래 많다냐, 무언가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제주도는 편의점으로 미어터질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