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군 자살 기도' 교육청 조사 결과 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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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군 자살 기도' 교육청 조사 결과 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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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집단 따돌림' 보도 해명은 신속, 결과 공개는 미적?

칭찬받을 만한 일은 어떻게 해서든 미리 알리고 싶고, 비난받을 일은 가능한한 숨기고 싶은 게 사람 심리일 것이다.

이런 심리를 반영하는 듯한 석연치 않은 모습이 최근 교육 당국의 태도에서 묻어나고 있다.

지난 13일 제주시 모 아파트 주차장에서 이 아파트에 사는 중학생 A군이 중상을 입고 발견된 것과 관련, 도내 언론은 이를 '집단 따돌림'에 의한 자살 기도라고 일제히 보도했었다.

이에 제주도교육청은 16일 A군의 중상과 집단 따돌림과의 연관성을 지우기 위해 황급히 진화에 나섰다.

집단 따돌림, 즉 학교 폭력과 연관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교육 당국은 이를 사전에 방지하지 못했다는 비난에 직면했을 것이다. 일선 학교 역시 학생 관리에 소홀했다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다.

이러한 비난 여론이 형성되는 것이 두려웠을까. 교육청은 집단 따돌림에 의한 자살 기도라는 보도는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자체 조사 결과, A군이 집단 따돌림을 받았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17-18일께 A군의 의식이 돌아오는대로 정확한 사고 정황을 A군에게 직접 물어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제주도교육청은 A군의 사고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사안이 보도됐을 당시, 학교 폭력에 의한 자살 기도가 아닌 것 같다며 황급히 진화했던 모습과는 영 딴판이다.

그 이유로는,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던 A군의 상태가 의식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호전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A군의 이미 의식이 돌아와 보도됐던대로 집단 따돌림에 의한 자살 기도라고 언급했을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전자일 경우 A군의 상태가 호전되기를 바라는 수 밖에 없다. 그런데 후자일 경우, 이미 학교 폭력과의 연관성이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공개하기 꺼려하는 것이라면 지탄받아 마땅하다.

공개되지 않고 있는 궁금증은 또 있다. 사고 발생 당시 교육청은 해당 중학교 전 교생을 대상으로 학교 폭력 여부를 알아보기 위한 설문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었다.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난해한 질문은 포함되지 않았을터. 또 학교 폭력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마련된 조사인 만큼, 질문의 범위 또한 한정돼 있을 것이다.

난해하지도 않고, 한정된 범위 내의 설문조사 결과를 아직까지도 공개하지 않고 있는 교육청의 모습에 의혹은 날로 불어나고 있다.

A군이 중상을 입고 발견된 이번 사고는 쉬쉬해서 넘어갈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더구나 이미 A군 학부모의 입을 통해 '학교 폭력' 가능성이 흘러나오기까지 했다.

만약 학생이 학교 폭력 때문에 극단적인 방법까지 생각했다면 이는 해당 학교 교사는 물론, 교감, 교장, 교육청 본청 내 관계자까지 문책받을 수 있는 사안이다.

있어서는 안될 일이지만, 혹시나 쉬쉬하고 있는 것이라면 지금이라도 정확한 사실 관계를 공개하는 '떳떳한' 교육청이길 바란다. <헤드라인제주>

<조승원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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