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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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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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홍기확 대륜동 주민센터 행정주사보

홍기확 대륜동 주민센터 행정주사보. <헤드라인제주>
강헌구 교수의 '아들아, 머뭇거리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민주시민편)에서 저자의 말을 소개하며 이 글을 열려고 한다.
 
저자는 주민(住民), 시민(市民), 민주시민(民主市民)을 이렇게 분류한다.

주민은 지방자치단체에 ‘거주’하는 사람이며, 시민은 '의식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며, 민주시민은 '의식을 가지고 행동하며 참여하는 사람'이라고 말이다.

나는 어떤 분류에 속할까?

얼마전 제주도에 오랫동안 사신 분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 살다 올해 9월 제주도로 이사 온지라 얼떨떨하기도 하고 새로운 곳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말 한마디로 제주도가 낯설음 없이 내 품안에 포근하게 들어왔다. 혼자 간직하기에는 아까워 소개해 보고자 한다.

나는 인공적으로 집 앞에 조경을 하고 땅을 파헤치고 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제주도 어디든 밖을 나가보면 나무와 꽃들이 지천에 널려있고 내가 원하면 어느 때든지 감상할 수 있지 않느냐? 돈도 들일 필요 없고.

자기 집을 돈을 들여 꾸미고 하는 것은 각자의 취미라 하겠지만 실은 길가의 아름다운 꽃들을, 세상에서 자연스럽게 자라는 나무를 내가 가지려는, 내 집에 들여놓고 소유하려는 욕심에 불과하다. 생각해봐라. 저 넓은 제주도 바다를 사려고 하면 돈으로 살 수 있겠니? 아니 축소해봐서 저 한라산은? 아름다운 포구, 항구들은? 길가의 예쁜 꽃들은? 아무리 돈이 많아도 살 수 없다.

하지만 마음을 바꾸어봐라. 돈이 없어도 이게 모두 내 것이라고, 나를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금세 부자가 된다. 너는 제주도를 가지게 된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제주도를 가지게 되었다. 서울사람이라는 텃새 역시 단 한번도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내가 제주도의 주인이 된 것이다.

제주도의 넓은 바다는 나를 위해 자연이 선물해준 것이고, 섭지코지 공원은 내가 바쁜 관계로 관리인을 두고 관리하는 공원중의 하나일 뿐이다. 다만 섭지코지 공원의 경우 내 공원이지만 빈손으로 들어가기 뭣해서 1000원을 낼 뿐이다. 다른 사람이 들어가게 허용한 것은 내가 자주 못가니까 남이라도 자주 오라고 한거다. 다만 공짜면 사람이 너무 많이 올 수도 있어 입장료를 조금 받기는 한다.

더 나아가 보자. 도로를 시원하게 달릴 때 피어있는 수많은 꽃, 억새들은 내가 운전 중에 피곤하지 않도록 제주도에서 심어놓은 것이다. 이것을 나는 공짜로 즐긴다.

내가 고용한 제주도 공무원들 길 깔고 꽃심느라 고생 많았다. 길가의 아름다운 커피숍도 나를 위해 존재하지만 내가 가끔 들르는 미안함에 방문할 때마다 커피를 마셔도 그냥 한 잔에 5천원정도를 주인에게 두고 간다. 그 뿐이다. 다 내 것이다. 내 점포다.

제주도를 가지고 난 후 또 느낀 점이 있다. 감히 내가 앞서 말한 '민주시민'이 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나는 지금까지 적어도 의식은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방자치단체에 거주하는 주민이면서 그들의 정책을 비판할 수 있는 의식이 있는 시민이었다. 하지만 이런 비판의식을 행동하고 실천하고 나아가 참여하기에는 주저했던 것이 사실이다.

노골적으로 말하면 떠들어대기만 했지 그것을 바꾸려고, 개선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이는 마치 개구리가 시끄럽게 울거나 몸을 부풀려 위협해도 결국 무기는 없고 뱃속에는 공기만 들어있는 것처럼, 나 역시 소리만 요란한 깡통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내 것이라고 생각하니 같은 것들도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고, 스쳐지나 가는 것들도 허투루 보내지 않게 되었다. 즉, '관심'의 농도와 밀도가 전보다 아주 강력해졌다. 또한 그만큼 목소리가 조그맣지만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이제 눈을 크게 뜨고 애정을 가지고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을 바라보고 보듬으려 한다. '제주도'라는 풍성한 축복을 누리고, 부족한 것이 있다면 바꾸고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내가 할 수 없다면 남들에게 맡기고 '응원'할 것이다.

'관심'과 '응원' 모두 내 몫이지만 결국 변화는 더 많은 '민주시민'들이 같이 힘써야 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공지영의 책 제목을 페러디하며 이 글을 마치려고 한다.

'제주도가 어떤 일을 하던 나는 제주도를 응원할 것이다!'

<홍기확 대륜동 주민센터 행정주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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