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옥의 사는 이야기] '바쁜 백수'의 단감 따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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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금옥의 사는 이야기] '바쁜 백수'의 단감 따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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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면서 예쁜 아기를 갖고자 산부인과에 다니던 나는 두 마리 토끼를 둘 다 잡을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곤 올해 9월말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 뒀다.

“금옥아 오늘 시간 되크냐?” 어머니 호출이다.

주말이면 과수원 일을 도와드리곤 했는데 요즘은 감귤 철이기도 하고, 내가 백수(?)라서 전 보다 더 자주 도와드리게 됐다. 완전 무장을 하고 난 뒤, 집 앞에 있는 과수원에 가보니 나도 모르게 “와~”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 "감귤도 땄어요." <헤드라인제주>
▲ 감귤밭 한켠에 있는 단감나무. <헤드라인제주>


얼마 전에 감귤꽃에다가 응애 약을 친 것 같은데, 어느새 감귤나무에는 둥글고 납작한 주황색 감귤들이 주렁주렁 열려 있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뿌듯함이 생겼다.

감귤 수확 철이면 남편은 결혼 전부터 연가를 받아 부모님을 도왔다. 그래서 일까 감귤 컨테이너 박스를 나르는 모습이 익숙해 보인다.

아버지는 쟁반에 믹스커피를 타가지고 오셨다. 과수원에서 먹는 커피 또한 너무나 꿀맛이다.

“안녕하세요~ 제주에 오셨다구요? 그럼 핸드폰에 주소 찍어 드릴께요~ 네비에 찍어서 방문 해 주세요.”

“누구예요?”

“응, 서울분인데 여행 왔다가 귤 사러 온다네~.”

“그렇구나~.”

우리 대화를 듣고 계신 어머니는 “손님 오면 봉술(남편)이 니가 '가이드'하고 먹을 감귤은 따로 담아서 줘불라잉."

어머니와 난 다시 감귤을 따기 시작했다. 점심을 먹고 조금 지나니 좀전에 통화 했던 부부로 보이는 사람들이 과수원에 들어왔다. 너무나 신기하다는 듯 기념 촬영을 하고 난리가 났다. 그리곤 가까이 보니 다섯 살로 보이는 여자와이와 두 살 정도 보이는 아이를 업고 있었다.

“이건 귤나무야~.” 서울에서 온 남자 분은 딸에게  자상하게 감귤에 대해 설명을 했다. “감귤은 이렇게 나무에서 열리는 거야~ 감자처럼 땅 속에서 케어 내는 게 아니야~ 알았지. 한 번 따봐."

아이는 말이 떨어지게 무섭게 인정사정 없이 나무에 있는 감귤을 따기 시작했다. 난 순간 아무리 교육도 좋지만 물어보고 따야 되는게 아닌가 싶어 한마디 하려 하는 순간, 어머니가 그 가족들에게 다가서면서 당부의 말을 전했다.

“몇 살이고? 잘도 곱다게. 아기야 그거 손으로 감귤을 막 따불문 나뭇가지가 막 아파하여. 가위로 따야 나무도 안 아프고 손도 안 아프메잉~ 자 가위로 따 봐라.”

역시 어머니를 보면 난 너무나 배울 점이 많은 것 같다.

오빠(내 남편 고봉술)는 과수원을 돌아다니며 어머니 말씀대로 '가이드'를 해 주고 여행하면서 먹을 감귤과 주렁주렁 열린 가지 하나를 선물로 주곤 보낸다.

▲ 단감을 따기 위해 사다리 위에 선 남편 고봉술. <헤드라인제주>
▲ 잘 익은 단감. <헤드라인제주>


오후 4시가 될 무렵, “ 단감도 따불라.” 아버지가 말씀하신다.

과수원 중간쯤과 끝편에는 단감나무 각 한 그루씩 서 있다.

난 그 단감나무를 보너스 간식이라고 부른다. 긴 사다리를 단감나무에 걸쳐놓았다. 남편이 어느새 올라가 감을 따고 내 쪽으로 던진다. 그럼 난 두 손으로 단감을 받아 바구니에 담는다.

단감이 큼지막한 것이 이번에도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난 제일 맛있게 보이는 놈으로 한입 베어 먹었다. 역시 떫은 맛 없이 달았다. 내 입안이 너무나 행복한 순간이다.

“ 자 받어라~” 남편은 쉴 세 없이 던진다. 나는 정신없이 감을 담다가 “오빠 임신한 새 인가봐~ 예쁘고 큰 단감만 한번씩 부리로 쪼았네.”

감을 따던 신랑은 내말에 어이가 없어 한다.

신나게 감을 다 따고 집 앞에 있는 창고로 감 박스를 들고 들어가는데 창고 안에는 감귤이며 단감으로 가득했다. 창고를 보니 가을은 천고마비(天高馬肥) 계절이로구나 하는 것을 실감나게 했다.

창고 문을 닫으며, “어머니께서는 이제 일 다 끝나서 당분간 쉬시겠다예.”

“동네에 사람들이 어서부난 주말에는 저기 키위 밭에 가서 도와줘야 한다.”

“어머니, 저 주말에는 키위 한번 따보고 싶은데...”

어머니는 “한번 해 보잰? 겅해보라.” 웃으면서 말씀하신다. “사람은 뭐든 배워야 한다. 그리고 직접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주.”

나의 사회복지 경력 10년은 어머니의 농사 경력에 비하면 새 발에 피다. 늘 한결같이 한 길만 가시는 부모님을 보면서 나도 차곡차곡 경력을 쌓아 더 멋진 사회복지사로 거듭나고 싶다. 박금옥 화이팅! <헤드라인제주>

*이 글의 저작권은 박금옥 객원필진에게 있습니다.

박금옥 객원필진은....

   
▲ 박금옥 객원필진. <헤드라인제주>
박금옥 생활복지사는 고등학교 때 평소에 집 근처에 있는 성 이시돌재단 양로원에 어머니가 봉사활동을 하러 가실 때마다 따라 다니면서 자연스레 봉사활동에 관심을 갖게된다. 그러다 대학전공도 사회복지를 선택하게 되고 아예 직업으로 진로를 정하면서 외길을 걸은 지 어느덧 7년째다.

그 동안 그녀는 아동, 노인, 장애인을 두루 다 경험하던 중 노인시설에서도 근무하게 되는데 그 곳에서 중증의 어르신들을 모시면서 그녀의 삶에 대한 생각과 가치관에도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에덴실비노인요양원에서 3년넘게 근무한 바 있다.

그곳에 근무하면서 그곳에 요양하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써왔다. 그러다, 2009년 그는 결혼을 하면서 요양원 일을 잠시 멈췄다.

더 멋진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 요즘 '간호조무사' 공부를 하고 있다. 더많은 소외계층에 실질적 도움을 주고 싶다는 그의 생각이 담겨져 있다.

"함께 도움이 되는 세상이야기를 공유하고 싶다"며 글을 올리고 있는 '달콤한 신혼기'의 그녀를 통해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편집자 주>

<박금옥 객원필진/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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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구 2010-12-31 09:05:24 | 220.***.***.174
여기서 보이네.... 잘지내시죠?

독자 2010-12-20 14:32:28 | 59.***.***.23
이번에 퍼스픽에서 안 보이시던데..근황이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