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변화'의 시도, 그러나 뒤끝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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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변화'의 시도, 그러나 뒤끝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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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5기 제주도정 출범 후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를 모토로 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서귀포시가 이번에는 '교육문제'를 화두로 꺼내들었다.

5일 창립한 서귀포시 교육발전포럼을 중심으로 해 앞으로 '교육환경'을 대대적으로 바꿔 나가기 위한 활동을 해 나가겠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포럼에는 교육청 관계자를 비롯해 서귀포시 관내 초등학교 교사들, 학부모 대표자들, 시민단체 관계자, 어린이집 및 학원 관계자 등이 두루 참여하고 있다.

교육청에서 추진할 사업인 듯한 내용들을 갖고 서귀포시가 시정운영에 있어 '핵심 키워드'로 설정한 것은 교육환경과 인구감소가 정적인 상관관계를 갖는다는 분석에 기인한다.

서귀포시 경제가 침체된 가장 큰 이유는 인구가 감소하는 문제에 기인한 것이며, 인구감소의 원인은 바로 교육환경에 있다는 설명이다. 교육환경을 대대적으로 바꿔놓지 않는한 인구감소를 억제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이 '교육비전' 제시를 추동하게 한 근본적 요인이다.

고창후 서귀포시장도 서귀포시가 자연여건은 우수하나 교육 및 문화시설 등 인프라는 부족하고, 교육여건 및 교육환경이 제주시로의 집중된 불균형 문제로 학생들이 제주시로 이동하면서 마을이 활기를 잃어가고 있는 현 상황을 설명하며 '교육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교육환경을 바꿔 나가는 일이 서귀포시의 중장기적 측면에서 인구 유입과 경제를 회생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핵심키워드 '교육' 모토로 한 서귀포 미래비전의 논거는 타당성 충분

이러한 맥락에서 서귀포시가 '교육비전'을 통해 서귀포시 미래비전을 찾겠다고 선언한 것은 그 논거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서귀포시 교육발전포럼은 앞으로 교육 수요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의 활동을 전개해 나가고, 우수 교육 특화프로그램을 발굴하고, 양질의 교사를 확보하고, 학부모와 지역사회 및 각종 유관기관 간의 협조체제를 구축해 창의적인 명품교육도시로 육성한다는 플랜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서귀포시를 명품교육도시로 만들기 위한 5개년 계획이 제시됐다.

이 계획은 단기적으로는 △창의적 사고능력 배양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 △다양한 교육 특화프로그램 운영 △국제자유도시 선도자 육성 및 현장체험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중기적으로는 △우수인재 장학금 지원 △기숙사비 지원 및 시설 확대 △전문 특성화 대학.예술대학 설립 등을 해나가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당장 해 나갈 주요 사업에 있어, 고 시장은 크게 두가지의 '약속'을 내놓았다.

하나는 교육발전기금 100억원 조성이다. 내년부터 지속적으로 100억원 기금 조성운동을 전개해 우수인재 육성을 위한 장학금 지원, 기숙사비 지원, 어려운 계층의 자녀교육에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두번째는 서귀포시에 연간 20억원의 예산을 배정받아 앞으로 5년간 100억원을 교육사업에 지원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번 서귀포시의 이러한 '파격적인 컨셉전환'은 우근민 도정이 출범한 후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우 지사는 지난 7월 서귀포시를 첫 방문해 업무보고를 받은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교육'과 관련한 얘기를 한 바 있다.

서귀포시에 '명품 학교'가 육성돼야 인구감소를 억제할 수 있다는 설명이 그것이다. 우 지사는 영어교육도시와 더불어 서귀포시내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 우수 교사들을 대거 영입함 속에서 명품학교로 육성하면 인구유입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역지자체에서 위임받은 집행적 업무를 중심으로 수행해 나가는 '행정시장'이란 제한된 권한 속에서는 이 '교육비전' 제시가 다소 파격적으로 보이면서도, 그 내용과 취지에 있어서는 충분히 공감이 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무엇보다 '교육'을 통해 서귀포시를 살려보겠다는 고 시장의 '의지'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교육비전, 앞에서는 고개 끄덕이다가도, 뒤돌아서면 왜 개운치 않을까?

그러나 비전제시의 컨셉 측면에서는 학부모와 시민들로부터 상당한 지지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하더라도, '우려'되는 점 또한 많은게 사실이다.

비전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하면서도, 뒤 돌아서면서는 뭔가 개운치 못한 느낌이 드는 것은, '불확실성'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즉, 고 시장이 내놓은 이 '교육비전'은 목적이나 방향성에 있어서는 충분히 공감을 하게 하면서도, 과연 실현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하는 점에 있어서는 우려의 마음이 들게 한다는 것이다.

여러가지 정책적 로드맵은 중장기적으로 풀어나간다고 하지만, 서귀포시가 갖고 있는 산적한 현안업무 속에서 교육비전을 실행하는데 어느정도 역량을 집중할 수 있을지가 큰 의문이다.

교육발전기금 100억원 조성이나, 연간 20억원씩을 교육관련 예산으로 배정받아 5년간 100억원을 교육사업에 투자하겠다는 구상도 현실성을 어느정도 담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서귀포시 교육비전이 진정성 있게 추진되기 위한 3가지 전제

그럼,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며 힘있게 '서귀포시 교육비전'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물음에 있어서는 여러 측면에서 접근해 방안을 모색해 볼 수 있지만, 무엇보다 이 비전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그 첫번째로 '통째로' 서귀포시정 운영방향 및 세부업무추진계획을 바꿔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미 수립된 수많은 카테고리의 항목 중 이 교육비전이 하나의 카테고리 범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시정운영의 방침에서부터 운영방향, 세부추진계획에 이르기까지 '교육을 중심으로' 한 전략으로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계획을 수립한 공무원 당사자들은 이의 실행이 좀처럼 해서 성과가 얻어질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업무계획 중 하나의 카테고리로 이를 집어 넣는다면 되레 실행의지를 의심받을 수 있다.

따라서 진정 '교육환경 변화'를 당면 최고의 목표로 설정하고, 시정업무 추진전략을 재수립해야 한다.

두번째로는, 교육비전을 전담할 부서의 편재다. 지난 교육비전포럼 창립 등의 업무는 자치행정국에서 맡아서 했는데, 자치행정국 고유업무 영역을 살펴보면 이 부서가 맡는 것은 타당하지가 않다.

'선포' 그 자체로 자기만족하려 했다면 모를까, 진정 '교육환경 변화'의 가시적 성과를 얻고자 했다면 교육비전 업무만을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해 힘있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

세번째로는, 이 교육비전의 첫 실행시기를 '5년'으로 잡았음에 따라, 우근민 제주도정의 핵심전략에서도 이의 내용이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임기 2년의 행정시장이 독자적으로 추진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계획의 진정성은 우 도정이 어느정도 수용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고 하겠다.

행정시장이 바뀌면 '없었던 일'로 할 정책이 아니라면 이 점은 보다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교육발전기금 100억원 조성이나, 연간 20억원씩을 교육관련 예산으로 배정받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행정시가 아니라 제주도정 차원에서 전폭적으로 뒷받침할 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3가지 전제는 이번 서귀포시 교육비전이 '보여주기식' 비전 제시인지, 아니면 전 시민이 한번 힘을 합쳐 강력히 밀고 나갈만한 '믿을만한' 비전인지를 판단하게 할 중요한 요소이다. 이 과정에서 이 계획이 성급하고 무리한 시도였는지, 아니면 의미있는 시도였는지도 평가받게 될 것이다.

재차 설명하지만, 교육발전 5개년 계획을 통해 서귀포시 교육인구 유출을 막고 명품 교육도시로 육성해 나가겠다는 고창후 시장의 야심찬 로드맵은 '의지'면에서는 높이 평가된다.

그러나 시민들로 하여금 강력한 역량결집을 호소하고자 한다면 뭔가 손에 확실히 잡히는 '실현 가능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것이 바로 '3가지 전제'의 뒷받침이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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